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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도네시아

반둥_땅꾸반 쁘라후(Tangkuban Perahu) 화산

by Nagnes 2023. 1. 30.

 

자카르타에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반둥은 연평균 기온 22℃로 시원하고 쾌적한 기후 때문에 '자바의 파리'로 불리면서 과거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때부터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사랑받던 곳이다. 지금도 자카르타 시민들의 주말 휴양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코로나 이전, 브까시에서 까라왕 사이의 고가 고속도로가 완공되기 전에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는 자카르타에서 반둥 방향으로, 일요일 오후에는 반둥에서 자카르타 방향으로 극심한 교통정체가 이어졌다. 지금도 많은 차량통행이 있지만 그때보다는 교통 정체가 훨씬 덜 해졌다.

 

토요일 아침 일찍 자카르타를 출발한 우리는 땅꾸반 쁘라우 화산을 구경하기 위해 반둥으로 향했다.  

 

 

 

 

반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로 알려진 땅꾸반 쁘라후(Tangkuban Perahu) 화산은 반둥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인 반둥 북쪽 렘방(Lembang) 산지에 있다. 선사시대에 큰 화산 폭발로 생겨난 땅꾸반 쁘라후 화산은 1829년부터 1926년까지 4차례 걸쳐 대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산 정상까지 높이는 해발 2096m이며, 관광객들이 화산 분화구를 구경하는 전망대는 해발 1830m 높이에 있다. 화산 분화구 전망대까지는 차량, 오토바이로 이동이 가능하다.

 

 

 

 

반둥의 한식당 맛집인 '청기와' 식당과 나란히 있는 중식당에서 짬뽕과 자장면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잔뜩 찌푸린 반둥의 흐린 날씨가 스산하게 느껴졌던 터라 짬뽕 국물과 맥주 한 잔은 마침 딱 맞는 메뉴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처음 만난 선배님과의 사이도 훅 가까워지게 했다.

 

식당을 출발한 지 약 10분 정도 지난 후, 안내를 해주시던 선배님이 후배들을 만난다는 반가운 마음에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생각을 못하셨다고 했다. 도심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반둥 시내는 이미 극심한 교통 정체가 시작되었다.

 

 

 

 

비가 내리는 산 능선을 굽이굽이 돌아서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땅꾸반 쁘라후로 오르는 차량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언덕 위의 집들은 금방이라도 산사태와 함께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는데, 화산을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카르타보다 도시 규모는 작지만 반둥의 교통정체도 매 한 가지였다. 인도네시아의 전반적인 SOC 기반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겠지만 끊임없이 늘어나는 인구증가 속도가 교통 체증을 가중시키는 듯했다. 선배님과 운전기사가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은 후 차는 빨간 차 후미등이 길게 이어진 도로를 벗어나 곧장 샛길로 빠져나갔다. 다행히 샛길은 차들이 많지 않았고 순식간에 축지법을 쓴 것처럼 구글맵의 도착 예정 시간이 단축되어 있었다.

 

목표지점 땅꾸반 쁘라후 화산까지의 중간쯤에 도착했을 때 차창밖 멀리 산능선 위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번개가 치면서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의 전형적인 날씨이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우리가 탄 차는 조금 전보다 더 거북이걸음을 했고, 그나마 단축되었던 도착 예정 시간은 다시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비가 쏟아지면서 교통정체도 더 심해졌다.

 

지금 이대로 큰길로 간다면 우리는 땅쿠반 쁘라후 화산 입장 시간 내에 도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큰길로 나왔던 우리는 다시 지름길을 선택했다. 사실 산 정상으로 향하는 좁은 산길에서 차가 막히게 되면 되돌릴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달리 선택할 방법도 없었다. 외통수에 걸린 것이다.

 

지름길을 따라 달리는 동안 침묵이 이어졌고, 땅꾸반 쁘라후 화산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숨소리도 나지 않았다. 중간중간 걱정은 됐지만 이곳까지 와서 선배님에게 차를 돌리자고 할 수도 없었고, 외길을 달리면서 운전기사를 재촉할 수도 없었다. 구글맵에 나타난 아슬아슬한 도착 시간, 모든 것을 운에 맡겨야 했던 상황이었다.

 

땅꾸반 쁘라후(Tangkuban Perahu) 국립공원 출입구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비가 내렸고, 창밖에는 유황 냄새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멀리 눈앞에 보이는 출입구를 보면 발을 동동 굴렸다. 우리는 문을 닫기 1분 전에 기적적으로 도착해서 무사히 공원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를 질렀고, 선배님은 후배들에게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밝고 크게 웃으셨다.

 

땅꾸반 쁘라후 화산은 오후 4시 전까지 입장이 가능하며, 오후 5시까지 퇴장을 해야 한다. 

 

 

 

 

 

 

네 사람 모두 인도네시아 거주 신분증이 있어서 1인당 30,000루피아 + 주차요금 5,000루피아를 지불했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관광지의 입장료는 내국인과 외국인 요금차이가 크게 나는데, 어떤 곳은 10배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주요 관광지를 방문할 때는 반드시 거주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끼따스, 운전면허증 등)을 지참해야 한다. 

 

 

 

 

 

 

땅쿠반 쁘라후(Tangkuban Perahu)는 순다어로 '뒤집어진 배'라고 한다. 

 

화산 분화구에 도착하니 짙은 유황 냄새가 강하게 코끝을 자극한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는 비바람이 제법 불어서 평소보다는 유황냄새가 덜 나는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마스크까지 착용했으니 짙은 유황 냄새를 온전하게 맡아볼 수는 없었다. 예전에는 분화구에서 '쿠르릉~~' 거리는 소리도 났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었었다. 더구나 바람소리에 묻혀 그 어떤 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았다. 분화구 가까이에 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기념품을 판매하려는 현지 상인들의 한국어 소리만 크게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이거 좋아요" "사세요" 

 

 

 

 

화산 분화구 주변에는 원주민들의 판잣집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고, 숙박과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곳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초등학교를 다닌곳이기도 하다는 얘기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데,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결과로는 사실과 다르다. 그의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인과 재혼 후 인도네시아로 이사를 온 것은 사실이지만 반둥이 아닌 자카르타의 부촌인 멘텡지역의 '멘뗑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 인도네시아인들은 모두 그의 대통령 당선을 바랐고,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고 한다.

 

 

 

 

 

가운데 밝은 호수가 가장 최근인 2020년 가을에 분화하면서 새로 형성되었다. 평상시 이곳은 구름에 가려 분화구 전체를 조망하기 어렵다고 한다. 비록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였지만 분화구 전체를 보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던 것이다.

 

 

 

 

모터사이클 모임에서 단체로 화산 분화구를 찾았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가지 못하는 곳이 없고, 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듯하다. 땅쿠반 쁘라후 인근에는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벌목한 나무를 나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TV를 통해서 본 적이 있다. 

 

 

 

 

산을 내려오면서 창문을 내리니, 반둥 시내 방향으로 구름과 안개가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리고 있었다. 갑자기 현재 위치의 높이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냥 아주 높은 곳에 올라온 기분이 들었다. 화산 분화구를 뒤쪽에 두고 산아래를 내려다보니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저 구름 속 어딘가에 또 다른 활화산 분화구가 감춰져 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화산 정상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도마스(domas) 분화구가 있다. 섭씨 100도의 펄펄 끓는 물에 달걀을 삶아서 판매한다고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가보지 못했다. 그리고 화산 온천수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개운해지는 기분이었지만 우리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악천후를 뚫고 분화구까지 안내해 주신 선배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Tangkuban Perahu(땅쿠반 쁘라후)

화산 여행은 

가능하면 평일에,

아침 일찍 출발해서,

화산 분화구를 구경하고,

도마스 분화구에서 온천욕을 즐겨야 함.

(수영복, 수건 등 준비)

인근에는 엄청난 규모의 차밭과

가볼 만한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있음.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저녁노을도 환상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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