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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모로코

마라케시 수박 장사...

by Nagnes 2023. 1. 31.



모로코 여행 중에
마라케시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수박을 싣고 지나가는 마차가 있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이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서 반갑기도 했고, 카사블랑카에서 먼 길을 운전을 하고 와서 그랬는지 짙고 선명한 초록색의 수박이 달고 시원할 것 같아 보였다. 덥고 건조한 마라케시에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시켜 주는 싱그러운 컬러였다.

그리고 마라케시의 붉은빛과 강렬한 대조를 이루는 초록빛 수박을 나름 근사하게 조립된 마차와 함께 임팩트 있는 사진으로 담아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차를 몰던 두 청년이 우리를 향해 손짓을 하며 몹시 언짢은 시늉을 했다. 사진을 찍히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사진 값을 요구할 참이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많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었을 생각을 하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언뜻 스치듯 지나갔다. "Sorry, Sorry~"를 연발하며 급하게 그 자리를 벗어났지만 한참 동안 백미러로 뒤를 힐끔거리며 운전을 했다. 그들이 혹시 따라오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낯선 곳에서 느끼는 갑작스러운 당혹감이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무슬림이 대부분인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했다면 우리는 그들과 웃음을 주고받았을 것이며, 그들은 멋진 포즈를 취해 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을 것이다. 메마른 도시 마라케시는 사람의 감정까지도 건조하게 만드는 듯했다.

수박이 반가웠다가
심장만 쫄깃해졌다.

입이 타들어가고 물을 마셔도 금방 갈증이 났다. 수박을 한 통 살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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