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Toledo)는 스페인의 이천 년 고도이다.
로마의 식민지, 서고트 왕국(Visigothic Kingdom)의 수도, 8C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한 이슬람의 코르도바 에미레이트(Emirate of Cordoba)의 요새, 그리고 그들과 싸운 기독교 왕국의 전초기지였다고 한다. 펠리페 2세가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스페인의 옛 수도였다.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기독교가 공존하면서 이질적인 문명들이 혼합되어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졌다.
도시의 가장 높은 위치에 크고 웅장한 알카사르가 지어졌고, 도심에는 톨레도 골목길의 이정표가 되는 대성당의 높은 첨탑이 세워졌다. 북쪽으로는 가파른 경사면이 도심 진입을 어렵게 하고, 동쪽에서 도시 남쪽을 지나 서쪽으로 흐르는 타호강(Rio Tajo)이 톨레도를 천연 요새로 만들었다. 강언덕까지 완만한 경사를 따라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도시가 만들어졌다.
톨레도 여행을 마치고 나면 파라도르에서 보는 톨레도의 전경과 더불어 가장 인상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과거 역사 속으로 다시 돌아간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미로 같은 골목길이다. 이천 년의 역사가 숨 쉬는 그 길을 알카사르 - 대성당 - 산토토메교회 - 엘그레코 박물관 등으로 가기 위한, 단순히 지나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발견할 수도, 느낄 수도 없다.
대성당을 중심으로 골목길은 사방으로 이어져 있다. 건물들은 시대에 따라 돌과 흙벽돌 등 다른 재료와 건축 양식으로 벽을 이어 지어져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두 똑같아 보인다. 큰 집들은 중정이 있는 집안 풍경도 보고 싶었지만 여행자들이 다니는 골목길에는 문이 열려있는 집들을 찾기 어려웠다. 골목길 중간중간에는 작은 골목 광장들이 있는데, 옛날 마을 사람들이 식수를 받고, 빨래를 하고, 물물 교환을 하던 그 공간이 지금은 상업시설들이 있어서 여행자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알카사르에서 톨레도 성당으로 가는 골목길로 접어들면, 좁은 골목 사이로 성당 첨탑이 보인다. 톨레도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대성당 첨탑을 보면서 마음이 설렜다. 이천 년의 역사가 숨 쉬고 있는 낯선 톨레도의 골목길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톨레도 대성당에서 산토 토메 교회로 가는 길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 온 사람들로 분주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골목길을 걸으면서 다시 한번 중세를 지나 고대로마까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아스팔트, 시멘트 보다 더 정감 있게 만들어진 골목길을 걸으면서 서울의 골목길에 더 나아지고 발전된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어졌다.
차 한 대 지나갈 만한 골목길에 드리워진 차양막이 골목 안 풍경을 더 다채롭고 극적으로 만들었다.
이런 차양막은 마드리드, 네르하 등 스페인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스페인의 여름 날씨는 자외선이 강하고 섭씨 30도 이상을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다. 차양막 그늘이 그들의 일상에 충분한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어떤 골목길은 깊고 어두웠는데, 누군가는 골목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만들어 내는 오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지중해의 눈부신 태양이 쏟아지는 깊고 어두운 골목길의 드라마틱한 장면을 카메라에 많이 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대성당과 산토토메 교회, 엘그레코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체력이 소진되었고, 발바닥도 따끔거렸다. 우리는 빨리 쉴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마침내 소코도베르 광장에 이르자 탁 트인 풍경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걸어온 골목길을 되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들어간다. 지나온 골목길에서 톨레도의 이천 년의 역사를 사진으로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또 들었다. 이천 년의 역사를 너무 빨리 지나왔다.
톨레도 여행 일정에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초등학교 경주 수학여행이 그랬듯이 이천 년 고도에 눈도장만 찍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일정으로 왔다면 이천 년의 세월이 응축된 고도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즐겼을 것이다. 만약, 다시 톨레도를 온다면 꼭 이삼일 동안 머물면서 여유롭게 둘러볼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목길을 걷고, 쉬면서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골목길 벽면에 남아 있을 이천 년의 흔적들을 꼼꼼히 찾아볼 것이다.
파라도르에서 톨레도의 야경과 일출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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