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에서 꼭 감상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성당 내부의 동쪽과 서쪽 창문이 각각 다른 느낌으로 표현되는 스테인드 글라스인데, 아침저녁 외부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하면서 만들어 내는 찬연한 아름다움이다.
오전시간 성당 내부는 연두, 초록, 파랑 등의 스테인드 글라스 빛이 희망, 탄생에 비유되고, 오후가 되면 노랑, 주홍, 빨강의 화려한 빛이 성당 안을 신비감으로 가득 채우는데, 죽음, 순교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림이나 인물 모양 대신 검은색으로 성인들의 인명만을 적었다는 것이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은 해가 떠오르는 아침부터 일몰 때까지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점차적으로 변해가며 성당 안을 신비롭게 만들었다. 특히 오후 시간에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은 더없이 따뜻하고, 숭고하고, 아름다웠다. 높고 넓은 성당 내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찬연한 아름다움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아침에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눈부신 숲 속을 거니는 기분이 들었다. 굵고 높은기둥들 사이를 걷다 보면 아침의 희망찬 기운이 전해지는 듯했고, 알싸한 찬기운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그러다 되돌아보면 마치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도 같았다. 누군가가 오로지 신을 위한 공간이라고 얘기해도 충분히 이해될 것 같았다.
오후의 성당 안은 붉은빛이 서서히 짙어지다가 성당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두 눈으로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는 빛의 향연이 서쪽 창으로부터 몰려들어 왔다. 공기는 따뜻해졌고, 마음은 충만해졌다. 가우디의 죽음은 비참함에 가까웠지만 그가 생각했던 죽음은 이런 아름다움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사명을 다한 죽음이 보여주는 화려함의 극치라고 생각했다.
찬연한 아름다움이었다.
성당 내부는 대부분 흰색으로 마감되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빛들이 시시각각 선명하게 성당 내부를 물들였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것처럼, 빛은 사방에서 성당 내부로 쏟아져 들어왔고, 스테인드 글라스는 온전하게 그 빛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많은 것을 보는 것도 좋은 여행의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좋은 여행을 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우디의 천재성과 업적은 내가 논할 대상이 아니지만 그가 만든 사그라다 파밀리아 공간 속에서 삶에 대해서, 종교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 만으로 충분했다.^^
*우리는 2019년 5월 22일부터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여행을 시작했고, 5월 말에 바르셀로나로 넘어와서 약 10일간 머물렀다. 그중 약 1주일간 바르셀로나에 머무르면서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찾았다. 두 번 모두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을 구경하기 위해 내부로 입장을 했다. 여행기간 동안 마침 스페인의 날씨가 일조량이 많은 시기여서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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