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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_탄생의 파사드(Nativity Facade)

by Nagnes 2023. 5. 14.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안토니오 가우디>

 

 

 
 
현재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주출입구로 사용되고 있는 탄생의 파사드(Nativity Facade)는 가우디가 살아있는 동안 완성되었다. '예수의 탄생'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의 선이라는 곡선 위주로 만들어져 화려하며, 따뜻한 느낌이 든다. 성당이 최종완성되면 주출입구는 영광의 파사드로 옮겨질 예정이라고 한다. 
 
탄생의 파사드는 성당의 북동쪽면에 위치하고 있어 오전 시간대에 태양이 사선으로 비칠 때 그 입체감이 강렬하게 살아난다. 벽면에 반틈 묻혀 있던 생명체들이 아침 햇살이 만든 그림자로 그 입체감을 뚜렷이 하고, 새들은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느낌이 든다.
 
 

 
 
탄생의 파사드 바로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면 예수님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성모 마리아와 요셉(Saint Joseph)의 눈과 마주친다. 그리고 다시 물러나면서 파사드 전체를 보면 파사드에 조각된 사람들 모두의 시선이 예수님을 향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곳곳에 숨어있는 성경 속의 이야기들이 큰 그림이 되어 서서히 한눈에 들어온다.

 

 
 
탄생의 파사드 주인공 예수와 그 가족의 모습이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이곳에 왜 성가정 성당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성가정(聖家庭, Holy Family)'이란 가톨릭에서 모든 가정의 모범이 되는 예수, 성모 마리아, 나자렛 성 요셉의 가정의 의미한다.(출처:나무위키)
 
파사드의 규모가 크고 높은 곳에 있어서 육안으로는 자세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로 확대 촬영해서 보면 또 다른 감동이 전해 온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신앙 속의 예수를 동정녀 마리아를 통해 태어난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에게도 가족이 있었고, 이곳에는 그 가족을 기리는 성가정 성당이 스페인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천재 건축가인 가우디를 통해 태어났다.
 
파사드 아래에는 세 개의 출입문이 있다. 왼쪽은 요셉에게 헌정된 희망의 문, 오른쪽은 성모마리아에게 바쳐진 신앙의 문, 가운데는 예수님에게 헌정된 사랑의 문이다. 탄생의 파사드 위로는 종탑이 4개 있는데 예수의 12 사도 중 바르나바, 마티아, 타대오, 시몬을 상징한다.
 
 

 
 
모든 부조가 곡선의 형태를 띠고 있고, 사람의 형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조물은 벽면에서 미완성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침 이면 모든 부조의 형상은 달라진다. 햇살이 비치면서 마치 세상 만물이 탄생하고,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것처럼 보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3개의 파사드 중에서 유일하게 가우디가 살아생전 완성한 탄생의 파사드에는 그의 남다른 건축 감각과 종교적 신념, 일에 대한 열정에 관한 에피소드가 곳곳에 배어 있다.^^
 


 
스페인은 가톨릭과 이슬람교의 분쟁으로 탄생한 국가이다.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 1세 결혼함으로써 하나의 왕국이 된 스페인은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이슬람, 유대인, 개신교 세력에 대한 종교재판이 스페인 전역에서 이루어졌다. 타 종교에 대해 관대했던 이슬람 종교에 비해 가톨릭은 종교 재판을 통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했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레콩키스타를 완성한 이사벨 여왕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무어인들을 몰아낸 이후 피비린내 나는 가톨릭의 역사를 써내려 갔던 것이다.  
 
이러한 종교적 역사 배경 속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스페인에 만들어진 것은 아이러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30만 명이 넘은 순례자들이 찾는다는 산티아고 순례길 또한 스페인 북부에 있다. 종교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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