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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페인

로맨틱한 도시... 론다(Ronda)

by Nagnes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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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 세워진 고대 도시 론다(Ronda)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이며, 안달루시아 구석기시대 동굴 예술 'Cueva de la Pileta'(수영장의 동굴)의 벽화로마의 점령 때의 흔적 Acinipo (로마 도시)의 고고학 유적지 등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론다는 18C에 만들어진 누에보 다리, 투우의 발상지,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노벨상을 안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배경이 되고, 집필을 시작한 곳이다. 헤밍웨이의 소설은 그가 스페인 내전에 전쟁 취재 특파원으로 간접 참전하며,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1939~40년에 썼으며, 영화의 일부가 론다에서 촬영되었다.

 

우리는 그라나다에서 렌터카를 몰고, 네르하, 말라가를 거쳐 론다로 갔다. 그라나다, 세비아, 코르도바, 말라가에서 대중교통(기차, 버스)을 이용해 2~3시간 이면 갈 수 있다. 

 

[ 말라가 ▶ 론다 가는 길 ]

 

 

 

말라가에서 론다로 가는 산길 포장도로는 좁고 험했다. 구글맵으로는 1시간 50분의 짧은 거리였는데, 우리는 약 3시간을 달려 초저녁에 론다에 도착했다. 빠르고 안전한 길 대신 안달루시아의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는 길을 선택했는데, 좁은 2차선 도로에는 정차할 여유 공간이 거의 없어서 중간에 사진을 찍기 위해 정차를 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지도에서 가운데 길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의 멋진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는 올리브, 오렌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고, 차량 통행이 드문 포장도로를 따라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매일 빛잔치가 열리는 지중해의 날씨가 아니었더라면 애써 이런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짧은 1박 2일간의 일정으로는 누에보 다리, 전망대, 투우장, 구시가지 구경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페인 여행에서 어떤 도시보다 며칠 더 머물고 싶었던 곳이 론다였다. 눈부신 아침 햇살부터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저녁노을까지 절벽 위에는 하루 종일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모든 풍경들은 아름다웠다. 호모사피엔스의 일상을 벗어나 전혀 다른 세상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1년 이상 오랜 시간을 머물러 있고 싶은 곳이다,    

 

[ 론다에서의 첫째 날 ]

 

Hotel Alavera de los Baños 알라베라 데 로스 바뇨스_숙박비 약 10만 원(조식 포함) 

도착 당일 오후에 온라인으로 부킹을 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호텔 앞 주차장까지 마중을 나온 주인은 친절했다. 

 

파라도르

 

알데우엘라 전망대

 

알데우엘라 전망대에서

 

투우 경기장

 

론다 전경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최고의 도시’

- 어니스트 헤밍웨이 -

 

론다 파라도르의 노을

 

누에보 다리에서 론다 파라도르를 지나 알데우엘라 전망대까지의 길이 헤밍웨이의 산책길이라고 한다. 누에보 다리를 가운데 두고 파라도르 맞은편에 있는 Tabanco Los Arcos 레스토랑에 가면 아름다운 론다의 노을을 볼 수 있다. 론다의 노을은 파스텔톤의 노을빛이었다. 스페인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 론다에서의 둘째 날 ]

 

호텔 창문너머로 보이는 풍경

 

아침에 눈을 뜨니 말방울소리, 나뭇잎, 풀잎이 바람에 사각거리는 소리가 바람결을 타고 창너머에서 들려왔다. 침대에 누워 창문으로 비치는 아침 햇살에 발바닥이 향하도록 누웠다. 조금씩 발이 따뜻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호텔은 중세 건물을 개조한 듯한 작은 호텔이었지만 아늑하고, 편안했다. 시원한 아침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길, 구시가지를 지나 누에보 다리까지 갔다 왔다. 아직까지도 스페인 여행에서 잊혀지지 않는 아침 산책이었다.

 

아침 산책길

 

누에보 다리를 건너 학교로 가는 아이들

 

누에보 다리 (Puente Nuevo)와 파라도르

 

론다는 높은 절벽 위에 요새처럼 만들어진 오래된 도시이고, 누에보 다리(Puente Nuevo)는  론다의 구시가지(La Ciudad)와 신시가지(Mercadillo)를 잇는 세 개의 다리 중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다리이다. 누에보는 '새로운'라는 뜻이다. 

 

누에보 다리 동쪽사면에는 협곡을 따라 근사하게 지어진 집들이 많이 있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신 집들이었다. 그 맞은편에는 서쪽 방향으로 누에보 다리를 마주 보는 절벽 위에 숙박 시설이 있다. 이곳에서는 과달레빈 강이 만들어 놓고 깊은 협곡과 어우러지는 누에보 다리의 웅장한 풍경을 볼 수 있다. 

 

계단을 미끄러지 듯 내려가는 아이

 

아침 산책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골목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동네 아이를 우연히 찍었다. 꽤 이른 아침 시간이었는데 아이는 백팩을 메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바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사진 속 아이의 두발이 계단에 닿기 전에 찍혀서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 사진 속 아이가 미끄러지듯 계단을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호텔 정원

 

 

6월 중순, 아침 햇살이 눈부신 정원에는 붉은 장미를 비롯한 예쁜 꽃들이 아름다웠다. 나뭇잎이 사각거릴 정도의 부드러운 아침 바람은 시원하고 상쾌했다.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야외 식탁에 앉아 신선한 오렌지 주스와 커피, 스크램블, 빵과 하몽으로 근사한 식사를 했다. 과일 디저트는 달고 맛있었다. 론다의 날씨는 휴양지로 손색이 없었다.

 

론다에서의 아침 식사

 

타호 협곡으로 내려가는 길

 

누에보 다리를 계곡아래에서 보기 위해 과달레빈(Guadalevin) 강이 흐르는 타호 협곡(El Tajo Canyon)으로 차를 몰고 내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이동하고 있었는데, 무릎이 아픈 집사람을 위해 차를 몰고 갈 수밖에 없었다. 비포장 도로에는 작은 돌멩이들이 많아 바퀴가 미끄러지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하는 길이었다.

 

타호 협곡에서 올려다 본 누에보 다리

 

 

누에보 다리는 밑에서 올려다보니 더 웅장했다. 절벽 높이가 약 200m라고 하는 데, 죄가 없는 사람은 뛰어내려도 바닥에 닫기 전 누군가가 구해준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론다는 로맨틱하고 평온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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