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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모로코

스페인-모로코 여행 일정 #2

by Nagnes 2022. 10. 29.

 

당헤르 >> 페즈 가는 길

 

스페인에서 모로코로 넘어오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같은 지중해를 끼고 있지만 자연환경도 많이 달랐고, 사회간접자본시설과 일반 서민들의 삶의 환경은 스페인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났다. 2021년 기준 1인당 GDP는 한국이 34,984(31,929) / 스페인 30,116(29,554) / 모로코 3,497(3,235) 달러였다. 모로코의 1인당 GDP가 스페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으니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괄호 안은 2019년 기준)

 

'모로코(Morocco)'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카사블랑카(Casablanca)'일 것이다. 대서양 연안의 상업 도시이자 1942년 제작된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의 로맨틱 드라마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카사블랑카의 멋진 야경을 상상했고, 여행 마지막 날 밤에는 바다를 보면서 술을 한 잔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가보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모른 체 그냥 그런 상상을 하는 것으로 즐거웠다. 

 

자카르타에는 꼬따 카사블랑카(Kota Casablanca)라는 대형몰이 있다. 스페인 여행 이후 모로코로 일정을 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은연중에 말하게 되는 '카사블랑카'라는 단어가 나를 모로코로 이끈 것이 아니었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 먼저 결정한 것은 스페인-모로코 여행에서 돌아오는 항공편카사블랑카 무함마드 5세 국제공항에서 로열 에어 모로코 비행기를 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하에서 자카르타행 비행기로 환승을 할 예정이었다.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출발 시간을 앞두고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엄청난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체 모로코 여행은 시작되었다. 

 

 

 

● 모로코 여행 일정

 

탕헤르 >> 셰프샤우엔 >> 페스 >> 카사블랑카 >> 마라케시 >> 카사블랑카

 

탕헤르(Tangier) 국제공항에서 렌트를 하고 출국하는 날 카사블랑카 국제공항에서 반납하기로 했다. 스페인에서 여유 있게 일정을 보냈던 우리는 모로코에서의 일정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바빠졌다. 특히 차를 몰고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가보고 싶은 곳은 많았지만 남은 시간이 촉박해서 최대한 간소하게 일정을 잡았고, 하루하루를 최대한 알뜰하게 사용했다. 모로코 여행 일정을 바쁘게 만든 것은 큰 실수였다. 

우리는 페즈와 카사블랑카에서 숙박을 했다.

 

먼저 탕헤르에서 최대한 빨리 페스로 가야 했다. 중간에 셰프샤우엔에 잠시 들르긴 했지만 푸른 골목길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을 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탕헤르 공항에서 페스까지는 약 330km, 6시간 이상 달려야 했다. 특히 셰프샤우엔에서 페스 사이의 산길 국도에는 속도위반 차량을 잡는 교통경찰들이 곳곳에서 갈길 바쁜 여행객들의 발목을 잡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번이나 총을 맞았고, 잔돈이 없어서 큰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어설픈 영어가 통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마라케시_제마 엘 프나 광장(Jemaa el Fna Square)

 

 

● 모로코 왕국(Kingdom of Morocco

 

우리는 모로코(Morocco)로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모로코왕국(Kingdom ofMorocco)이다. 선사시대 베르베르인이 현재의 모로코에 출현했다.

 

종교는 국교로 지정된 이슬람인데, 고대 로마제국이 서로마와 동로마 제국으로 분리되었을 때 모로코는 서로마 제국의 일부였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동로마 제국이 모로코와 이베리아 반도 남부를 지배하게 되었지만 우마이야 왕조에게 아프리카 북부를 내주면서 모로코는 아랍화되었다고 한다.

 

레콩키스타(718~1492) '재정복'(국토회복) 운동 이전까지 이베리아 반도의 상당 부분을 이슬람(무어인)이 지배를 했었지만 무어인들과 유태인들은 약 7세기 반 동안에 걸쳐 북부의 로마 가톨릭 왕국들에 의해 다시 모로코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으로 쫓겨나야 했다. 

 

모로코 왕국은

17세기 이후 술탄이 정치 종교의 중심,

20세기 초 외세의 침략이 있었고, 프랑스스페인이 모로코의 치안을 담당했다. 1955~56년에 프랑스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아직도 모로코 땅에는 스페인령 멜리야, 세우타가 있다.

 

수도는 라바트,

제일 큰 도시는 카사블랑카,

화폐 단위는 디르함

(현재 100 디르함=38,803원)

사용언어는 베르베르어, 아랍어, 프랑스어

관광국가

 - 옛 고대 로마 시대 일부 유적,

 - 이슬람 유적지,

 - 사하라 사막부터 스키장까지 있는 아틀라스 산맥,

 - 지중해 등

 

 

우리는 스페인 알헤시라스에서 모로코로 넘어갔기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 두나라 사이에서 불편한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결론적으로 기우에 불과한 일이었다. 밥과 사랑이 먼저인 서민들에게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사이가 아닌 이상 현실 속에서 과거의 치욕과 원한에 대한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마라케시_제마 엘 프나 광장(Jemaa el Fna Square)

 

 

● 마라케시(Marrakech)

 

가장 가고 싶었던 마라케시(Marrakech),

그곳의 심장부 '제마 엘 프나 광장(Jemaa el Fna Square)'

 

마라케시는 1062년 베르베르인이 건국한 알모라비데 왕국수도로 건설되었으며, 페즈 다음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이다. 베르베르어로 '신의 땅'이라는 의미이며, 마라케시가 모로코 국명의 어원이다. 모로코가 마라케시의 변형이라는 얘기와 마라케시가 모로코를 대표하는 왕국 이름으로 잘못 알려졌다는 얘기가 있다. 

 

사막 여행이 시작되는 곳,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

영화 촬영지~아랍, 아프리카 문화가 섞여 관련 배경을 담은 영화 촬영지로 애용, 사막과 만년설 덮인 산도 있어 자연환경을 담기에도 적합한 곳. 

 

페르시아어에서는 모로코를 마라케시로 칭한다. 이곳은 오랫동안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린 곳이다. 북아프리카에서 안달루시아에 이르는 서부 무슬림 지역 전역에 그 영향력을 미친 라케시는 서구 세계의 대형 이슬람 수도의 교과서와도 같은 사례라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아틀라스 산맥 북쪽의 풍요로운 농업지대에 있는 모로코 제3의 도시이다. 국제공항이 있으며, 북쪽 250km에 있는 카사블랑카와의 사이에는 잘 닦인 고속도로로 바로 연결이 된다. 우리는 이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마라케시에서 며칠 동안 숙박하는 것으로 계획을 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하라 사막 투어를 계획했다가 스페인 여행 중에 집사람 무릎 통증이 악화되어 일정을 변경했다. 그렇지만 사하라 사막 투어를 가지 않더라도 마라케시에서 최소한 3일 정도는 있어도 좋을 뻔했다. 이슬람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마라케시를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생각보다 컸다. 페스에 이어 마라케시의 메디나(구시가지)도 붉은 황톳빛에 취하는 기분으로 만족해야 했다.

 

 

무두질 공장 Chouara Tanneries

 

● 페스(Fes)

 

페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알카라윈 대학교가 있고, 옛시가지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미로로 알려져 있다. 모로코의 진면목을 보려면 페스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온 무두질(제혁(製革)~가죽을 피혁으로 가공하는 과정) 공장 'Chouara Tanneries'에서 맡게 되는 냄새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무두질 공장에는 다양한 색상의 염료와 흰색 액체로 채워진 수많은 석조 통이 있다. 소, 양, 염소, 낙타의 가죽은 거친 가죽을 깨끗하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소의 소변, 비둘기의 배설물, 생석회, 소금 및 물의 다양한 혼합물로 만든 일련의 흰색 액체에서 2~3일 동안 먼저 가공을 한다. 염료가 쉽게 흡수될 수 있도록 가죽을 준비한 다음 빨간색은 양귀비, 파란색은 남색, 주황색은 헤나와 같은 천연염료 염색 용액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린다.

 

완성된 가죽은 다른 장인들에게 판매되어 가방, 코트, 신발, 슬리퍼와 같은 모로코의 유명한 가죽 제품 생산에 사용된다. 전체 가죽 생산 공정은 현대적인 기계는 사용하지 않고,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온 수작업의 무두질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페스에서 1박을 했지만 며칠 동안 더 머물고 싶었다. 저렴한 가격의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호텔, 친절한 서비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곳 역시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년의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미로의 페스 메디나(구시가지) 길을 허겁지겁 걷다가 온 것이 아쉬웠다. 1200년 전에 세워진 이슬람 왕조의 문화와 정취를 하루 만에 스쳐지나와야 했던 것이다. 마음이 바빠서 다급하게 사진을 찍다 보니 현지인들도 나의 행동에 긴장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의 깊은 눈은 세월의 깊이만큼 깊어 보였다.

 

 

셰프샤우엔(Chefchaouen)

 

 

● 셰프샤우엔(Chefchaouen)

 

셰프샤우엔의 이름은 마을 뒷산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 염소의 두 뿔(chouoa)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Chef Chaouen"을 그대로 해석하면 "뿔을 보아라"라는 뜻이다.

 

셰프샤우엔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건물들로 인해 유명하다. 전통적으로 유태인들이 많았던 이 도시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이 지역은 매년 여름이면 유럽으로부터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성 주간이나 크리스마스를 전후에 스페인으로부터 대규모 순례객들이 방문하면서 관광업이 크게 발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직 옷이나 털, 담요 등 모로코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독특한 수공업품이 유명하다. 지역 특산물 염소 치즈도 관광객들에 인기가 많다고 한다.

 

산악도시 셰프샤우엔은 1471년 경에 건설되었는데, 중세시대 레콩키스타 당시 유태인과 이베리아 반도 출신 무어인들이 집단으로 피신한 곳 중 하나이며, 포르투갈에 대항하기 위해 지은 요새가 지금도 존재한다

 

 

파란색 골목길을 거닐며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들렀지만 페즈로 가는 길은 멀었다. 잠시 셰프샤우엔 입구에서 과일을 사고, 간단하게 식사를 한 뒤 다시 길을 떠났다.

 

그러고 보면 도시 이름과 파란색 건물은 크게 관련이 없다. 파란색은 유태인들과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 국기는 하얀 바탕에 파란색 별이 그려져 있는데, 파란색과 하얀색이 배색을 이루면 최고의 가치를 상징한다고 한다. 유태인들은 하늘을 '야훼'의 보좌라고 믿으며, 보좌는 사파이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 신성한 파랑과 순수한 하양은 시온주의(유태주의)의 색이다. 

 

 

 

 

● 하산 2세 모스크(Mosquee Hassan Ⅱ)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포르투갈/스페인어로는 '하얀 집'이라는 뜻이다. 수도는 라바트이지만 모로코의 경제와 무역의 중심지이다. 19C 영국에 양모를 공급하면서 도시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영화 '카사블랑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두 연인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영화로 1942년의 유럽 열강들 사이 세력의 무대로서 카사블랑카를 묘사했다. 정작 카사블랑카가 영화의 무대가 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아랍인 캐릭터, 변두리 역할의 도어맨 '압둘'이 유일했다. 1940~50년대 사이, 카사블랑카는 반프랑스 폭동이 일어나는 주요한 중심이었다. 

 

하산 2세의 모스크는 모로코에서 가장 크며. 세계에서도 13번째로 큰 모스크이다.

 

 

카사블랑카에서 숙박을 하면서 마라케시를 다녀올 것인지 말 것인지로 한참 망설였다. 일정이 빠듯하기도 했지만 왕복 최소 6시간을 또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더 늦기 전에 출발을 했다. 전날 카사블랑카 한국 식당에서 그런대로 한국 음식을 먹은 뒤라서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결국 카사블랑카 관광은 하산 2세 모스크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서양의 노을을 보며 누리고 싶었던 여유로움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무함마드 5세 공항

 

모로코를 너무 모른 체 여행을 갔다.

돌아보니 스페인 여행을 위해 준비했던 시간에 비하면 모로코에 대한 준비는 새책을 사서 목차만 읽어보는 수준에 그쳤었다. 그래서 지금도 모로코 여행에 아쉬움이 남아 있다.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특히 페스와 마라케시에서 모로코 다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비용도 저렴하지만 아직도 순수하고 착한 그들의 인정에 충분히 감동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오래된 문화를 천천히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로코 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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