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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페인

호안 미로 미술관(Joan Miro Foundation)에서...

by Nagnes 2024. 1. 4.

 

 

 

 

 

 

 

2019년 5~6월 스페인 여행에서,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던 날, 한차례 비가 내리고 난 뒤 5월 말의 쌀쌀한 언덕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던 몬주익성에서 대부분의 스페인 사람들과 세계 각국에서 왔음직한 여행자들과 함께 길거리 연주를 들으며 저녁노을을 구경했고, 눈부신 지중해의 태양이 온전한 모습으로 바르셀로나의 아침을 빛나게 했던 그다음 날 오전에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버스를 타고, 길을 걸을 땐 손을 잡고 스페인의 입체파, 초현실주의 화가 호안 미로미술관으로 갔다.

 

호안 미로(Joan Miró i Ferrà, 1893. 4. 20 ~ 1983. 12. 25)초현실주의는 러시아의 화가, 판화제작자이며, 당대 피카소, 마티스와 비교되는 20세기의 중요한 화가 중 한 사람인 바실리 칸딘스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은 바실리 칸딘스키보다 훨씬 상징성이 높은 단순함과 소박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단순함은 이해하지만 소박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하지만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비유되곤 하는 그의 그림은 미술 교과서에서 볼 때부터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뚜기 30주년 스페셜 에디션 '진라면+호안미로'의 디자인도, 그가 태어난 바르셀로나에 와서 보는 그의 그림도 마찬가지로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만난 듯 이해하기 어려웠다.

 

미술관에는 단체 관람을 온 유치원,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나마 그들에게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호안 미로의 그림을 보는 눈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강하게 들었다.

 

 

나는 멀찌감치 그의 그림을 보고 있다가 상징성과 단순함이 퍼뜩 머리에 떠올라 호안 미로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집사람의 뒷모습과 옆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 어느 누구도 이런 사진에 의미를 두지 않겠지만 어느 한순간 절실함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 때가 있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 앞에서 나의 절심함이 만든 감동적인 상황이었다.

 

나 또한 그의 그림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그림에서 말하는 상징성과 소박함을 이해하고 싶었지만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었다. 의도적인 연출은 예술의 순수성을 더럽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사람에게 감히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도 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이 사진을 다시 보니

호안 미로의 그림이나 여자의 마음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건 매 한 가지라는 생각이 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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