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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페인

바르셀로나_몬주익 공원(Montjuik)

by Nagnes 2022. 9. 30.

 

바르셀로나_몬주익 성

 

 

 '몬주익(Montjuïc) 언덕'은 '카르멜 벙커'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전망 명소로 유명하다. 바르셀로나의 석양과 야경을 보고 싶다면 따뜻한 옷차림을 준비해서 이곳으로 가면 된다. '벙커'는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전날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몬주익 언덕에서 노을을 보는 일정은 계획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서 며칠 동안 머무를 호텔을 찾다 보니 스페인 광장 인근 호텔이 부킹 되었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나서도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걸어서 몬주익 언덕으로 갔다.

 

우리에게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선수'의 인상적인 마라톤 레이싱의 기억이 있는 곳이다.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몬주익 언덕길을 오르며 일본 선수를 따돌렸고 마침내 금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육상계의 금메달은 그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곳 몬주익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몬주익 성(Montjuïc Castle)1640년부터 시작된 오래된 군사 요새였지만 지금은 군사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인근에는 '호안 미로 재단(Fundación Joan Miró)' = 미로 미술관이 있다. 내일은 가우디 투어, 모레 아침에는 이곳에서 미로 미술관 구경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낯선 곳에서 경험한 3시간여의 기차 여행은 결코 휴식이 되지 못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걷다 보니 다시 찌뿌둥했던 몸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때마침 킥보드를 타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앉으면 눕고 싶다고 킥보드를 타고 가면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잠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납작 복숭아가 진열된 과일 가게를 지났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복숭아였지만 집사람이 맛있다며 저녁에 호텔에 들어갈 때 사가자고 했다. 일부러 눌러놓은 듯한 모양새가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납작 복숭아는 중국이 원산지인데 유렵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복숭아를 통틀어 타오즈(桃子)라고 하며, 크게 판타오(蟠桃, 반도)와 수이미타오(水蜜桃, 수밀도)로 구분한다.(판타 오 납작 복숭아, 수이미타오는 동그란 복숭아) 산복숭아(Bergpfirsich)는 납작 복숭아의 상표명이라고 나와있다. (영어로는 Saturn Peach, Doughnut peach, Flat peach, UFO peach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맛은 과즙이 많고 과육이 부드러우며, 한국에서 먹는 일반적인 복숭아에 비해서 단맛이 강하다. 중국에서는 손오공이 먹는 복숭아로 알려져 있다.

 

바르셀로나 이후로 납작 복숭아를 자주 사 먹었다.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즐거움만큼은 아니었지만 스페인에서 먹었던 과일 중에는 두 번째로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벌써 햇볕이 지고 없는 스페인 광장 인근 공원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여전히 문신은 불편하다. 6.25 전쟁을 겪은 여성들이 미군들과 함께 지내며 문신을 새겼다가 나이 들어서 후회를 한다는 소설 속의 내용이 어릴 적 나의 뇌리에 너무 깊게 각인이 된듯하다. 위치와 크기에 관계없이 문신은 나에게 동정조차 받기 어렵다. 소설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마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색감 때문에 본능적인 반응일 것이다. 문신을 보면 파충류가 연상된다.

 

 

 

 

 

 

 

 

몬주익 성 앞 계단에 앉아서 석양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노을빛에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문득 그저께 마드리드의 Azotea del Circulo 루프탑 전망대에서 바라봤던 노을이 생각났다. 구름 한두 점으로 노을이 지던 마드리드에 비하면 지중해를 끼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노을이 개인적인 취향에 더 맞았다. 그래서인지 몬주익 언덕에서 보는 노을은 낭만이 있었다. (마드리드의 데보드 신전에서 노을을 본다면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바르셀로나_몬주익 언덕 sunset

 

 

몬주익 성 뒤쪽으로 가면 짙푸른 지중해를 볼 수 있고, 정상에서는 바르셀로나 시내를 조망할 수 있었는데 그때 우리는 그런 사실들을 전혀 모른 체 노을만 구경하다가 언덕을 내려왔다.ㅠㅠ 여행을 오기 전 찾아본 몬주익 언덕에 대한 정보에는 온통 마법의 분수쇼 얘기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분수쇼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우리는 따뜻한 저녁 식사를 위해 호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로 미술관을 비롯해 몬주익 언덕 전체를 구경한다면 오후 한나절 일정으로 괜찮을 것 같다. 노을이 좋은 시기라면 꼭 가볼 만한 곳이다. 

 

'삶 속에서는 언제나 밥과 사랑이... 먼저다'(김훈)

 

 

바로셀로나_스페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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