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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페인

세고비아(Segovia) 여행 #1

by Nagnes 2022. 7. 25.

 

알카사르 망루에서 본 세고비아 대성당

 

 

대부분의 여행은 현재에서 과거로의 떠남이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공간을 넘나들게 되는데, 과거로 남아있는 곳에서 시작되는 여행은 여행지 또는 여행국가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현재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스페인 카스티야 지방의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와 톨레도'를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은 가장 흔한 여행 일정이다. 두 곳 모두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약 1시간 내외의 거리에 있는데, 일반적인 여행과는 다르게 물리적 시간뿐만 아니라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여행이다.

 

2019년 5월 23일,

마드리드에 도착한 다음날, 우리는 아침 일찍 '몽클로아역'에서 ALSA 버스를 타고 세고비아(Segovia)로 갔다. 멀리 과다라마(Guadarrama) 산맥을 배경으로 해발 1000m 높이에 위치해 있는 이 아름다운 도시는 1세기말에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고, 11세기에는 이슬람교도의 침략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나면서 다채로운 건축 문화가 곳곳에 남겨져 있다. 후에 가톨릭 왕국들이 이슬람을 축출하기 위해 벌인 국토회복운 레콩키스타(Reconquista)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였다.

 

 

 

 

세고비아(Segovia)는 도시 전체에 아름다운 고대, 중세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낯선 풍경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느낌을 들게 했다.

 

 

● 세고비아(Segovia) 관광지

 

  • 로마 수도교
  • 세고비아 대성당
  • 알카사르 

여행 순서는 로마 수도교 > 세고비아 대성당 > 알카사르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세고비아 대성당이 있는 마요르 광장에서 식사를 하거나 시원한 맥주를 한잔하면서 잠시 쉬면 좋다. 마드리드로 돌아오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가다 보면 로마 수도교를 다시 보게 되는데. 고대, 중세의 큰 건축물들이 아침부터 오후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세고비아만의 색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세고비아 수로(로마 수도교)

 

 

1. 로마 수도교

 

세고비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세고비아 수도교(로마 수도교)이다. 1세기경에 진흙도 없이 화강암만으로 쌓아 만든 엄청난 규모의 이 수로는 현존하는 수도교 중 가장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어서 1985년 세고비아 대성당, 구시가지와 더불어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로마 최초의 수도교는 기원전 312년에 로마인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그리고 맑은 물로 인해 수인성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하여 건설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치수는 정말 중요한 일이 되었는데, 가뭄으로 흉년이 들고 홍수로 재해가 발생하면 어느 쪽이든 백성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왕들이 치수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고비아 대성당

 

 

2. 세고비아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de Segovia)

 

 카를로스 1세의 명으로 약 200년 동안 지어진 건물

 (1525∼1768년, 243년) 

 243년간의 공사를 통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시작해서 고딕 양식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성당 내부의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와 재단, 순금으로 만든 화려한 보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세련되고 우아한 외관으로  '대성당의 귀부인(La dama de las Catedrales)'이라고 불린다. 외관이 마치 드레스를 활짝 펼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유럽에서 가장 우아한 대성당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겉모습은 대성당의 귀부인으로 평가받는다고 하지만 이곳 부속 박물관에는 유아의 묘비가 있는데, 엔리케 2세의 아들이 유모의 실수로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으며 그를 기리는 묘비라고 했다. 실수로 왕자를 죽게 한 유모도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안타까운 얘기가 전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성당속의 예배당_Capilla de la Piedad and de San Andres

 

 

세고비아 대성당 내부 기념물(Monument inside the Cathedral of Segovia)

 

 

대성당의 귀부인을 뒤로하고 알카사르로 향했다. 눈부신 5월의 한낮 햇살이 골목길마다 찬란하게 부서지고, 하늘은 더없이 맑고 파랬다. 골목길에 드리워진 그늘에는 과다라마 산맥으로부터 불어와 세고비아 들녘으로 달아나는 시원한 바람이 잠시 머물러 가곤 했다. 

 

 

알카사르

 

 

3. 세고비아 알카사르(Alcázar de Segovia)

 

에스파냐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불리지만 수많은 전쟁을 치른 요새다. 로마시대부터 시작하여 확장과 복원을 거듭했다. 좁은 회전식 계단을 따라 망루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세고비아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 제작에 영감을 준 성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성의 형태도 그렇지만 성 주위로 펼쳐지는 동화 같은 풍경이 그런 영감을 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맑고 화창한 날씨와 시원한 바람, 비현실적인 풍경들...

 

 

 

 

 

 

 

마요르 광장

 

 

4. 마요르 광장

 

성당이 생긴 이래로 성당 인근에는 반드시 광장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마을의 행사가 열렸고, 공개적으로 벌을 받았으며, 상인들에 의해 생필품을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소식과 안부를 주고받는 만남의 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지금도 이곳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광장에서 가족, 친구들과 오후 햇살을 즐기는 그들에게서 여유가 묻어났다. 나의 마음이 그렇게 보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날씨에서 그렇게 보지 않을 이유를 찾기는 더 어려웠다.

 

 

 

5. Restaurant Julian Duque

 

세고비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며 여행을 다녀오신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소문이 있다. 3개월 미만 새끼 돼지를 통째로 구운 '꼬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인데, 이 요리는 카스티야의 향토 음식이다. 우리에게는 꽃할배 스페인 편에 나와서 많이 알려진 음식인데 이제는 세고비아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가장 유명한 음식이 되었다.

 

마드리드 '보틴'레스토랑(기네스북에 등재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1725년, 조선 영조 때?)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먹은 고기 요리, 빵, 디저트, 오렌지 주스 등 어느 것 하나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이 없었고, 맛있었다.

 

식당은 세고비아 대성당이 있는 마요르 광장에 있어서 찾기가 쉽다.

 

 

 

스페인 여행의 첫 번째 일정에서 여행은 젊었을 때 하라는 말을 실감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다 보니 발바닥이 따갑고 아팠으며, 온몸이 쑤시고 뻐근했다. 50대 부부의 스페인 여행의 시작은 쉽게 고단했다. 버스 정류장을 찾는 일도, 여행지를 걷는 일도, 알카사르 계단을 오르는 일도 그랬다. 그동안 평소 운동량이 많지 않았다 보니 근력도 부족한 데다가 빨리 회복되지 않는 신체적 노화가 느껴져서 서글펐다. 앞으로 한 달간 이런 일정이 반복될 텐데...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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