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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페인

톨레도(Toledo) #3_산토 토메 교회

by Nagnes 2022. 8. 1.

 

톨레도 골목길

 

 

톨레도 대성당을 나와 산토 토메 교회로 가는 길에 앞서가는 노부부 여행객을 보게 되었다. 건강하게 걷는 모습이 겉으로 보이는 나이를 의심케 했다. 좁은 골목길은 더웠고, 계단을 오르고, 얕은 언덕길도 이어졌다. 배낭을 멘 어깨와 등 뒤로 땀이 흥건히 배어져 나왔지만 갈길 바쁜 나그네는 이곳이 초행길이라 마음만 바빴다. 얼마간 노부부와 앞뒤로 나란히 걷다가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더 나이가 들어서도 이분들처럼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토 토메 교회

 

 

산토 토메 성당에는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을 보기 위해서 찾는다. 그림은 교회를 들어서면 우측 벽면에 걸려 있는데 사진은 찍지 못하게 한다. 좁은 입구에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서서 그림만 보고 나오게 된다.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뒷사람들에 등 떠밀려서 나오게 되는 상황이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그림 한 점을 보기 위해 산토 토메 교회를 가야 할까' 하는 마음이 잠시 들었다. 만약 엘 그레코 박물관과 동선이 달랐다면 이곳을 들르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우리는 스페인 톨레도 산토 토메 교회에 가서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그림을 직접 봤어"가 전부였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림에 관심이 덜한 사람과 함께 간다면 일정을 다르게 세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산토 토메 교회_중앙 제단

 

 

교회 안으로 들어서니 실내 공간이 조급 좁고 어둡게 느껴졌다. 톨레도 대성당을 보고 온 탓에 이곳은 작은 교회 정도로 보이는 듯했다. 어릴 적 시골 교회의 긴 의자가 있었다. 교회 입구에 빽빽이 들어선 관광객들에 비하면 실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며 들어온 사람들은 여유 있게 구경을 할 수 있다.

 

물론 특별히 구경할만한 것이 없어서 금방 식상해지기도 하지만 의자에 앉아서 찬찬히 둘러보면 작은 교회의 정감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산토 토메 교회를 화려하고 웅장하다는 표현을 했던데... 아마도 그곳만 다녀온 것은 아닐까 싶었다.

 

 

산토 토메 교회_엘 그레코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작품에서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스테파노가 오르가스 백작의 시신을 매장하고 있고, 그의 영혼을 천사가 천국으로 끌어올리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 그림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묘사였다. 특히 동시대 인물이 아닌 사람들을 동시에 묘사한 것, 영혼을 실체 있는 형상으로 표현한 것 때문에 당시 백작의 유해를 모셨던 산토 토메 성당에서는 이 그림을 묘지 위에 걸기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그 그림을 보기 위해서 산토 토메를 찾는 관광객이 매우 많아진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나무 위키]

 

이 그림은 인간 존재의 두 가지 차원, 즉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를 나타낸다. 그리고 지상의 세계에서 종교에 헌신하면서 살면 신의 축복을 받아 천상의 세계에서 영생하게 된다는 내용의 로마 가톨릭의 교육적 가르침이 있다. 

 

● 작품 제작 배경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살아서 교회에 많은 기부를 했고, 죽으면서 유언을 남긴 오르가스 지역의 영주 '돈 곤살로 루이스'의 선행을 남기기 위해 제작되었는데, 돈 곤살로는 죽기 전에 주민들에게 산토 토메 교회에 기부를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로 인해 주민과 교회 사이에 소송이 벌어졌고 결국에는 교회가 승리를 했다고 한다.

교회는 소송에서 승리를 하고 그림을 통해 기부의 당위성을 인식시키고 지속적으로 오르가스 지역의 주민들로부터 기부를 받았겠지만, 주민들은 기부를 위해 더 부지런히 일을 해야 했을 것이다. 이 그림을 의뢰받은 엘 그레코는 당시 기준으로 꽤 큰 금액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림의 배경이 된 시대적 상황을 조금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그림이 걸린 교회 입구 오른쪽 벽면 아래에 '돈 곤살로 루이스' 백작의 무덤이 있다.

 

 

● 시대적 상황

14C 무어인의 지배를 받았던 이베리아 반도는 다종교 사회였다고 한다. 무어인들은 타 종교에 관대했으며, 그라나다에는 로마 가톨릭, 유대교, 기독교 성당, 시나고그가 함께 있었다. 하지만 14C 이후 아라곤+카스티야 왕국의 레콩키스타를 통해 이베리아 반도는 다시 기독교의 지배 아래 놓인다. 이후 왕권강화를 위한 종교재판(1478~1834년) 시작되면서 스페인에서 무슬림들은 패퇴했고, 유대인 등은 개종을 하거나 고문과 사형을 당했다. 종교 재판은 16C에 들어서서 개신교 억압으로 이어졌다.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종교 재판 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았던 스페인 종교 재판 시기에 제작된 그림이다. 독립적인 왕국이었던 아라곤 왕국과 카스티야 왕국의 합병으로 탄생한 에스파냐에서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 1세는 자신들의 통치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를 위해 가톨릭 국가로 재구성하기 위해 이단 심문을 활용하였다. 특히 레콩키스타 전리품을 획득하기 위해 이전의 부자들이 이단 심문의 표적이 되었으며, 개종자에 대한 보장으로 이단 심문의 반발은 제한적이었다.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종교 재판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이해한다면 로마 가톨릭의 권위와 에스파냐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작품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관람 일정

3월 1일 – 10월 15일 10:00 – 18:45

10월 16일 – 2월 28일 10:00 – 17:45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영업합니다.

*매표소는 폐장시간 10분 전에 마감됩니다.

*1월 1일, 12월 25일은 휴무입니다.

*12월 24일, 31일 오후 1시까지

 

● 요금

일반  €3.00

대가족  €2.00

장애인 최대 64% €2.00

11~14세 어린이  €2.50

청소년 카드 소지자, 학생 €2.50

65세 이상  €3.00

톨레도 거주자 또는 등록자: €1.50

*톨레도 등록 또는 거주자, 일요일 오후 3시부터 휴관일까지 무료입장

 

 

 

 

산토 토메 교회를 나서면서 두 아이를 만났다. 장래에 엘 그레코와 같은 유명한 화가의 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자라나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그림에는 남들과는 다른 독창적이고 비범함이 있어서 당대에서 20C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엘 그레코의 그림이 더 보고 싶어 진다면 인근의 '엘 그레코 박물관'으로 이동하면 된다.

 

톨레도(Toledo) #4_엘 그레코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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